한 경제 안에서 이용 가능한 화폐의 총량이 화폐공급이다. 여기서는 현대 경제에서 관찰할 수 있는 법화를 가정하기로 한다. 그런데 법화의 경우, 중앙은행이 전적으로 현금통화의 발행을 독점하므로 중앙은행의 정책수단 가운데 하나가 된다. 이 장에서는 화폐공급이 전적으로 중앙은행에 의해 외생적으로 결정된다고 가정한다. 중앙은행이 화폐공급을 조절하는 정책을 금융정책이라고 부른다. 금융정책은 재할인정책, 지급준비율정책, 공개시장조작정책 등으로 구성돼 있다. 재할인정책은 중앙은행 대출정책이라고도 부른다. 이 정책은 중앙은행제도 초기에 상업은행이 기업에게 할인해 준 어음을 중앙은행이 다시 할인 매입하는 방식으로 자금을 지원하는 제도에서 유래됐다. 한편 예금은행은 고객의 예금 인출에 대비해 즉각적인 현금화가 가능한 자산을 보유하고 있어야 한다. 이 목적으로 보유하는 자산을 지급준비금이라고 한다. 예금에 대한 지급준비금 비율을 지급준비율이라 하는데 지급준비율이 높으면 은행의 대출이 제한되므로 은행이 창출할 수 있는 신용이 줄어든다. 공개시장조작이란 중앙은행이 단기금융시장이나 채권시장 같은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공개시장에서 금융기관을 상대로 국공채를 사고팔아 자금사정을 변화시키고 이를 통해 화폐공급이나 이자율을 조절하는 정책수단이다. 즉 중앙은행이 화폐공급을 증가시키고자 하면 공개시장에서 정부가 발행한 국채를 매입하고 그 대가로 화폐를 공급한다. 반대로 화폐공급을 감소시키고자 하면 공개시장에서 정부의 국채를 매각하여 화폐를 받아들이면 된다.
1963년에 발간된 [고용, 이자 및 화폐에 관한 일반이론]에서 케인즈가 주장한 화폐수요이론이 유동성선호설이다. 유동성선호설은 화폐수요에서 이자율의 역할을 강조한다. 특히 케인즈는 화폐수요를 도출하면서 개인의 선택 문제를 강조하고 경제주쳬들의 화폐보유 동기를 거래적 동기, 예비적 동기, 투기적 동기로 나누어 설명했다.
거래적 동기
피셔의 화폐수량설이나 케임브리지 방정식에서 경제주체들은 일상생활에서 거래를 할 때 교환의 매개수단이 되기 때문에 화폐를 보유한다. 이와 같은 고전학파의 전통에 따라 케인즈는 거래적 동기에 의한 화폐수요는 사람들 사이의 거래량에 의해 결정된다고 보았으며, 고전학파 경제학자들과 마찬가지로 거래량은 소득에 비례하기 때문에 거래적 동기에 의한 화폐수요는 소득의 함수라고 보았다.
예비적 동기
거래를 뒷받침하기 위해 화폐를 보유한다는 고전적인 동기에 더해 케인즈는 화폐를 보유하는 또 다른 동기로 예비적 동기를 들었다. 이는 미래의 불확실성에 대비하기 위해 화폐를 보유하는 것으로, 미래의 갑작스러운 상황에 대비하기 위한 동기에 주목한 것이다. 예를 들어 갑자기 병이 나서 병원에 간다든가 교통사고 때문에 자동차를 고쳐야 하는 등의 상황이 일어나면 예상하지 못한 지출이 일어난다. 그리고 특정한 브랜드의 스마트폰을 사려고 하는데, 어느 가게에서 같은 스마트폰을 50% 할인해 판매하는 것을 발견했을 때 수중에 화폐가 있다면 원하는 스마트폰을 값싸게 구입할 수 있지만 예비적인 화폐잔고가 없다면 기회를 놓칠 수밖에 없다. 케인즈는 예비적 동기에 의한 화폐수요가 미래에 발생할 것으로 기대되는 거래량에 의해 결정되며, 미래의 거래량은 소득에 비례한다고 보았다. 따라서 케인즈는 예비적 동기에 의한 화폐수요도 거래적 동기에 의한 화폐수요와 마찬가지로 소득의 함수라고 보았다.
투기적 동기
투기적 동기에 의한 화폐수요는 화폐가 가지고 있는 부의 저장수단으로서의 기능은 물론 투기와도 관련이 있다. 여기서 투기란 자본이득을 노리고 자산을 매매하는 경제 행위이며, 자본이득은 자산의 가격이 변화해 발생하는 이득이다. 자산 가격의 변동으로 항상 이득만 발생하는 것은 아니며 때로는 손실이 발생하기도 한다. 이 경우의 손실을 자본손실이라고 부른다. 한편 자본이득을 얻을 수 있는 투자의 기회는 항상 존재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기회가 찾아왔을 때 그 기회를 포착하려면 화폐를 보유하고 있어야 한다. 이와 같이 투기 기회를 포착하기 위해서 보유하는 화폐를 투기적 동기에 의한 화폐수요라고 한다. 케인즈는 한 경제에 존재하는 자산을 화폐와 채권 두 가지로 가정한다. 따라서 한 경제에서 부의 저장수단도 이 두 가지 자산이다. 이제 부를 이 두 자산에 어떻게 분산, 저장하느냐가 문제인다, 가장 핵심적인 문제는 왜 이자를 받는 채권 대신 수익이 존재하지 않는 화폐를 보유하는가이다. 일반적으로 말해 특정한 자산을 보유하는 것은 그 자산으로부터 얻는 수익이 다른 자산을 보유하였을 때보다 높기 때문이다. 따라서 채권이 아닌 화폐를 보유한다면 채권으로부터 얻는 수익보다 화폐를 보유했을 때 얻을 것으로 기대되는 수익이 높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화폐와 채권을 보유할 때 각각으로부터 얻는 수익은 무엇일까? 먼저 케인즈는 화폐보유의 기대수익이 0이라고 가정하고 채권의 기대수익은 이자수입과 기대자본이득이라는 두 요소의 합으로 구성된다고 가정했다. 이때 채권으로부터 기대되는 자본이득은 이자율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다음과 같은 영구채권을 고려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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