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미국에서 시작된 세계 금융위기가 전 세계를 위기로 몰아넣었다. 2009년까지 지속된 세계 금융위기의 원인으로는 미국 금융시장에서 일어난 세 가지 변화를 꼽을 수 있다.
1. 컴퓨터의 발달로 금융시장에 혁신이 일어났다. 즉 부동산담보대출시장에서 고위험 수요자의 신용위험을 평가하는 향상된 기법이 개발됐고 주택담보대출 같은 소규모 대출을 모아 표준화된 증권으로 만들어 거래하는 증권화기법이 발달했다. 따라서 은행들은 신용등급이 낮은 소비자에게 주택담보대출을 제공할 수 있게 됐는데 이를 서브프라임 주택담보대출이라고 한다. 그리고 금융공학을 통해 여러 대출자산을 모아 위험유형별로 서로 다른 소득 흐름을 지급하는 신용상품이 개발됐다. 이를 위험구조별 신용상품이라고 부른다. 이 상품은 투자자들이 자산구성을 정확히 알기 어려워 큰 위험을 안고 있었다.
2. 소비자에게 대출을 시행하는 부동산 중개업자들이 차입자들의 신용위험평가를 등한시했다. 중개업자들은 대출이 성사되면 이를 모아 부동산담보대출부증권 형태로 투자자들에게 매각했는데 일단 증권을 매각하면 차입자가 대출을 상환하지 않아도 책임이 없어 투자자의 위험과 이익을 챙길 이유가 없었고 부동산 담보대출을 더 많이 할수록 수입이 컸다. 그리고 2002년 이후 미국 부동산시장에 거품이 생겨 주택가격이 계속 상승하자 역선택 문제가 나타났다. 즉 대출상환 능력이 없는 사람들이 주택투기를 위해 대출을 받았고 부동산 중개업자들은 이들을 부추겼으며 때로는 대출자격을 위조하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감독부실 문제도 있었다. 그 밖에 높은 수수료 때문에 은행을 비롯한 금융기관들은 매우 위험한 부동산담보대출부증권을 보증했고, 차입자가 대출을 갚지 못할 때 대신 지급하는 금융보험계약인 CDS를 통해 엄청난 규모의 보증을 섰다. 결국 은행들은 부동산담보대출 시장에서 대리인 문제를 더욱 심화시켰다.
3. 신용평가사는 국가와 금융기관, 금융상품의 신용등급을 정한다. 당시 신용평가사들은 복잡한 금융상품의 개발을 자문하고 동시에 자문한 금융상품의 신용등급을 결정했다. 이는 신용평가사들이 금융상품의 등급을 정확히 결정할 수 없게 하는 이해상충 문제가 있었음을 의미한다. 실제로 신용등급이 지나치게 높게 정해지고 투자자들은 위험을 인식하지 못한 가운데 매우 위험한 금융상품을 매입했다.
2007년~9년의 금융위기는 1930년대 대공황 이후 가장 큰 경제위기였지만 일반대중, 학자 그리고 정책당국이 1930년대보다는 경제를 훨씬 잘 이해하고 있기 때문에 파국은 피했다. 그러나 소비자와 기업들은 피해를 피할 길이 없었다. 금융위기의 전개과정을 살펴보자.
1. 해외에서 미국으로 막대한 자본이 유입되고 주택담보대출의 싼 이자율에 힘입어 서브프라임시장의 규모가 2007년 3조 달러에 이르렀다. 이 시기에 주택수요가 증가해 미국의 주택소유비율이 사상 최대에 다다르자 거품이 형성되면서 서브프라임 시장에서 위험관리가 허술해졌고 주택가격 대비 주택담보대출의 크기인 대출/가격 비율이 점점 증가해 거의 100%에 이르렀다. 결국 주택가격은 2006년 정점을 지나 하락하기 시작해 오른쪽 그림에서 보는 바와 같이 2009년에는 30% 이상 하락했다. 거품이 붕괴하자 주택담보대출 연체가 폭증하고 수백만 건의 주택이 차압됐다.
2. 주택가격 거품이 붕괴하자 부동산 담보대출부증권의 가격도 폭락해 금융기관의 순자산이 감소하고 대출회수와 자산매각, 가계와 기업에 대한 신용공여제한이 이어지면서 금융시장에서 역선택과 도덕적 해이가 증가했다.
3. 헷지 편드, 투자은행 및 기타 예금을 취급하지 않는 금융회사들은 엄격한 규제를 받지 않는데 이 집단을 그림자은행제도라고 부른다. 2007년 이후 미국에서는 주택가격 거품이 꺼졌고 주가도 2007~9년에 50% 이상 하락했다. 이는 미국에서 장기간 이자율이 낮은 주택담보대출의 자금을 공급해온 그림자은행제도에 큰 타격을 주었다. 주가하락과 함께 주택가격 붕괴는 그림자은행제도에서 자금인출사태를 야기했고 가계와 기업의 순자산을 감소시켰다. 순자산 감소는 정보의 비대칭성 문제를 악화시켜 가계와 기업의 차입이자율이 상승하고 대출기준 또한 강화됐다. 따라서 소비와 투자가 감소해 총수요가 감소했다.
4. 세계에서 가장 큰 금융시장인 미국 금융시장의 위기는 유럽 및 세계로 확산되면서 피해가 켜졌다. 2007년 10월 신용평가기관인 Standard & Poors와 Fitch가 주택담보대출부증권과 그로부터 파생된 금융상품의 신용등급을 낮추자 프랑스의 투자은행인 BNP Paribas가 큰 소실이 발생한 단기금융상품의 상환을 정지했다. 이에 그림자은행제도에 예금인출사태가 발생했고 유럽중앙은행과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유동성공급에도 불구하고 사태는 멈추지 않았다. 은행들이 금융기관 간 대출 대신 현금을 쌓아두기에 급급한 사이에 2007년 9월 예금보다 환매조건부채권시장에서 단기차입에 의존하던 영국 Northern Rock의 파산을 계기로 유럽금융기관의 파산이 속출했다.
5. 금융위기로 미국의 주요 금융회사들의 파산과 매각이 잇따랐다. 2008년 3월에 Bear Stearns가 1년 전 가격의 5%에 J.P.Morgan에 매각됐고 7월에는 부동산담보대출 시장에서 5조 달러 이상의 보험계약을 가지고 있던 Fannie Mae와 Freddie Mac이 연방정부와 연방준비제도의 지원을 받더니 8월에는 정부에 인수됐다. 2008년 9월 자산규모 6,000억 달러, 25,000명의 종업원을 거느린 Lehman Brothers가 파산했는데 미국 역사상 가장 큰 파산이었다. 하루 전에는 Merrill Lynch가 1년 전 가격의 60%에 Bank of America에 매각됐다. 9월 16일 자산규모 1조 달러 이상인 AIG의 신용등급이 강등됐다. AIG는 CDS를 통해 4,000억 달러의 보증을 섰는데 막대한 보험금을 지급할 형편이었다. 연방준비제도는 850억 달러를 AIG에 지원했다.
2007~9년 경제위기는 2008년 9월에 미 하원이 월가에 대한 구제금융법안을 부결시키면서 정점을 이뤘다. 1주일 뒤 긴급경제안정법이 통과됐지만 사상 초유의 주가폭락에 이어 신용스프레드가 5.5% 포인트까지 상승했다. 금융시장 위기로 이자율은 급상승하고 소비와 투자가 크게 감소했다. 실업률은 10%까지 증가하고 경제성장률과 인플레이션은 각각 -5%, -1.3%로 하락했다. 2차 대전 이후 가장 심각한 수준의 위기였으나 2009년 3월부터 주가가 상승하고 금융시장이 회복되기 시작했다. 심각한 위기를 극복할 수 있었던 것은 팽창적인 금융정책, 적극적인 유동성 공급, 금융정책의 국제공조와 팽창적인 재정정책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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