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적인 금융정책 수단으로는 이자율과 통화량(화폐공급)이 있다. 두 정책수단 중 어느 것이 더 효과적인지에 대하여 케인즈학파와 통화주의자들의 의견이 서로 다르다. 케인즈학파는 통화량보다 이자율을 더 중시하는데, 유동성함정에서 보는 바와 같이 통화량을 증가시켜도 이자율이 하락하지 않으면 정책 효과가 나타나지 않으므로 이자율 변동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프리드먼을 비롯한 통화주의자들은 시장엔, 케인즈학파가 주장하는 하나의 이자율 외에도 여러 가지 이자율이 있을 뿐만 아니라 화폐 수요의 결정요인이면서도 금융시장에서는 사용되지 않는 자산도 있기 때문에 자산선택과 균형을 파악할 때 이자율만으로는 불충분하다고 주장한다. 반면에 통화량은 쉽게 측정할 수 있고 통화량 변동을 통해 자산균형의 교란 여부를 쉽게 알 수 있기 때문에 금융정책 수단으로서 통화량이 이자율보다 더 우월하다고 본다.
나아가 프리드먼은 팽창적인 금융정책에 따라 통화량이 증가했을 때 처음 이자율에 나타나는 정책효과와 최종적으로 이자율에 나타나는 정책효과가 다르다는 점을 들어 이자율을 불신했다. 다시 말해 통화량이 증가하면 일시적으로 이자율이 하락하지만 정책효과에 따라 지출이 증가하고 명목소득이 증가하면 다시 이자율이 상승하기 시작하는데, 이때 팽창적인 금융정책을 실시하면 인플레이션에 대한 기대가 형성돼 이자율이 더욱 상승해 원래 수준보다 더 높아진다. 따라서 프리드먼은 금융정책이 팽창적인지 긴축적인지를 판단할 때 이자율은 잘못된 지표라고 주장했다.
루카스의 비판
과거 자료에 의거하여 정책효과를 추론하는 데 주의해야 할 점을 지적하는 수준 높은 비판으로서 루카스의 비판을 소개하고자 한다. 예를 들어, 국방비 수준의 결정이 국가안위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가를 분석할 때 과거 국방비 수준과 외국의 침략 여부에 관한 자료를 이용한다고 하자. 즉, 관찰된 자료에 의하면 국방비 지출의 일정한 등락에도 불구하고 외국의 침략이 전혀 없었다고 해서 국방비 정책이 외국의 침략행위와 무관하다고 결론을 내리는 데 뭔가 석연치 않은 점이 있을 것이다. 즉, 외국의 침략자 입장에서 보자면 우리나라의 국방비가 매우 높은 수준에서 일정한 수준 오르내리더라도 침략의 성공 가능성이 낮을 것으로 예상(기대) 되므로 침략을 고려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만약에 국방비를 전혀 지출하지 않도록 정책을 바꾼다면, 외적들은 침략 시 성공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기대를 수정하고(그동안의 관찰에서) 침략으로 행위를 바꿀 것이다. 즉, 단순히 과거 국방비와 외국의 침략 여부에 관한 정보만으로 국방정책의 효과를 파악하는 것은 가능하지 않거나 무의미하고, 자국의 국방비 결정에 관한 물적자원의 제약 정도, 자국민의 국방의지, 외국의 물적자원 제약 정도, 외국의 침략의지 등에 관한 구조적 이해 속에서 국방비 정책 변화 시 관련 경제주체들의 기대 변화를 포함한 분석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많은 학자들이 계량경제모형을 이용해 거시경제정책의 효과를 검증하면서 정책이 변화해도 개별경제주체들의 기대가 일정하다고 가정했는데, 이렇게 가정하면 정책 효과를 분석할 때 오류를 범할 수 있다는 것이 루카스 비판의 요체이다. 루카스는 계량분석을 통해 정책 효과를 분석할 때 모형에서 경제주체의 기대형성에 대한 가설을 포함한 구조모형을 이용해야 하며 기대형성과정이 생략된 축약형모형을 이용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다시 말해 정책이 바뀌면 경제적인 규칙이 바뀌고 그에 따라 사람들의 기대(경제행위)도 바뀌기 때문에 지금까지 성립했던 경제변수들 사이의 관계 또한 변화하게 된다. 루카스 비판의 좋은 예는 앞의 8장(실업과 인플레이션)에서 배운 필립스곡선의 이동이다. 과거로부터 지금까지 우하향하는 필립스곡선의 관계가 성립하였기 때문에 정책당국은 인플레이션을 높여 실업률을 항구적으로 낮출 수 있다고 판단할 수 있다. 그러나 정책당국이 인플레이션을 높이면 사람들의 인플레이션에 대한 기대치도 또한 증가하므로 필립스곡선이 위로 이동한다. 즉 이 경우에는 과거에 성립하였던 인플레이션과 실업률의 관계는 더 이상 성립하지 않는다.
준칙과 동태적 비일관성의 해소
동태적 비일관성은 정책당국이 정책결정 시점에서 합리적으로 형성돼 있는 경제주체들의 기대를 이용하기 때문에 나타난다. 그리고 정책당국이 한 번 결정한 최적정책을 지킬 수밖에 없게 만드는 "사전확약기술"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다. 사전확약기술은 정책당국이 한 번 약속한 것을 끝까지 지키게 해 주는 장치로, 여러 형태로 나타날 수 있다. 여기서는 사전확약기술 가운데 정책담당자의 평판, 법, 계약 및 보수적인 정책담당자의 임명에 관해 알아보기로 한다.
계약
정책에 동태적 비일관성 문제가 있으면 정부가 정책을 발표해도 합리적인 경제주체들은 처음부터 정부를 믿지 않으므로 그 정책이 제대로 시행될 수 있겠느냐는 의문이 있을 수 있다. 사실 동태적 비일관성이 존재하는 정책을 경제주체들이 믿지 않는다면 정책당국은 동태적 비일관성이 존재하는 정책보다 경제주체들의 기대에 부합되는 동태적 일관성이 존재하는 정책을 추구해야 손실함수가 극소화된다. 따라서 경제주체들이 합리적 기대를 가지고 있는 경우에는 동태적 비일관성이 존재하는 정책을 아예 시행하지 못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일반 경제주체들의 기대를 바꿀 수 있다면 동태적 비일관성이 존재하는 최적정책을 시행하는 것이 후생을 극대화한다. 이 경우에는 정책당국은 명시적인 계약을 통해서 동태적 비일관성이 존재하지만 최적정책을 변함없이 시행하겠다는 의지를 일반 경제주체들에게 알림으로써 그들의 기대를 변화시킬 수 있다.
1. 정책당국 스스로 일종의 보석금을 설정할 수 있다. 이는 최적정책에서 벗어나면 설정한 보석금을 지급함으로써 스스로를 처벌하는 방식이다. 이때 보석금이 최적정책에서 벗어남으로써 얻는 편익을 초과하면 정책당국은 최적정책을 추구하게 될 것이다. 그러나 이 경우에는 보석금이 무엇이냐는 의문이 남는다. 이에 대하여는 여러 가지 의견이 있을 수 있으나 위에서 살펴본 정책당국의 평판이나 선거공약을 보석금으로 볼 수도 있을 것이다. 즉 선거공약을 지키지 않으면 다음 선거에서 낙선시킴으로써 약속 불이행을 처벌할 수 있다.
2. 계약은 정책담당자와 그 임명권자 사이의 명시적인 계약일 수도 있다. 즉 중앙정부가 통화당국과 고용계약을 체결할 때 최적정책을 시행하지 않으면 급여를 삭감한다는가 직위를 해임한다는 처벌 내용을 삽입하여 일반 경제주체들이 최적정책이 시행될 것임을 믿게 할 수 있다. 실제로 뉴질랜드는 이와 같은 계약을 통해 물가안정을 이룩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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