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요한 거시경제학 논쟁은 대부분 고전학파와 케인즈학파를 중심으로 진행됐다. 아담 스미스의 <국부론> 이후 고전학파 이론이 주류경제학이 됐지만, 1930년대 세계적인 대공황을 계기로 1936년 케인즈의 <일반이론>이 출간된 후 20여 년간 케인즈학파가 주류를 형성했다. 그리고 1960년대 후반부터는 두 학파의 변형들이 서로 대립하면서 오늘날의 거시경제학을 이끌어 오고 있다.
고전학파와 케인즈학파의 논쟁은 주로 단기적인 경제현상과 이론에 관한 것이다. 장기적인 경제문제 즉 장기균형과 경제성장의 문제에 관해서는 큰 이견 없이 대체로 의견 일치를 보여주고 있다. 따라서 경제성장모형에서는 양 진영이 모두 고르게 공헌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고전학파
고전학파는 아담 스미스의 <국부론>에 그 기원을 두고 있다. 국부론에서 가장 유명한 문구는 "보이지 않는 손"이다. 보이지 않는 손은 경제주체들이 자신의 이익을 위해 경제적인 선택을 하는 자유로운 시장이 존재한다면 경제가 잘 가능하다는 원리를 상징한다. 즉 자유시장경제에서 경제주체들이 자신의 이익을 추구하면 마치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한 것처럼 경제에 참여하는 모든 사람들의 후생 수준이 극대화된다는 것이다.
스미스의 보이지 않는 손 개념은 몇 가지 경제적인 조건을 주어진 것으로 전제하고 있다.
먼저 스미스는 자유시장경제가 모든 참여자들에게 만족을 준다고 말하지는 않는다. 자유시장경제에서도 어떤 사람들은 굶주릴 수 있고, 어떤 사람들은 불만족스러울 수도 있다. 또한 천재지변이나 전쟁 또는 정치적인 불안정이 갖는 경제적인 영향은 피할 수 없다.
그 밖에 스미스는 시장경제를 분석할 때 부의 초기 분배를 주어진 것으로 받아들였다. 따라서 보이지 않는 손 개념은 부자와 빈자 사이의 불평등이 존재할 수 있음을 부정하지 않는다. 단지 보이지 않는 손 개념은 한 경제의 인적, 물적 그리고 기술적 자원과 부의 초기분배가 주어져 있을 때 자유시장경제가 어떤 다른 시장형태보다도 높은 경제적 후생수준을 경제의 구성원 모두에게 보장하여 준다고 주장한다.
이러한 고전학파 경제학은 한 경제 안에 존재하는 모든 시장이 순조롭게 기능하며, 최저임금이나 이자율 상한과 같은 시장의 불완전 요인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가정에 기초하고 있다. 이러한 가정이 성립하려면 임금과 가격이 빠르게 조정되어 모든 시장에서 수요와 공급이 일치하는 균형이 신속히 달성되어야 한다. 즉 수요량이 공급량을 초과하는 시장에서는 가격이 상승하여, 반대로 공급량이 수요량을 초과하는 시장에서는 가격이 하락하여 시장균형을 회복하여야 한다. 따라서 자유시장경제에서 임금과 가격의 자유로운 변동성은 개인의 사익추구와 함께 고전학파 경제학의 두 가지 핵심적인 가정이다.
고전학파 이론의 가장 중요한 결론은 완전고용이 항상 달성된다는 것이다. 즉 노동시장에서 수요와 공급이 일치하지 않으면 임금이 신축적으로 변동하여 균형을 회복하며, 균형 상태에서는 주어진 임금 아래에서 일하고 싶은 노동자는 모두 고용되기 때문에 실업이 없다. 특히 단기에도 임금변동이 신속히 일어나므로 완전고용균형이 달성된다. 따라서 고전학파 이론의 핵심적인 결론은 장기는 물론이고 단기에도 완전고용이 달성된다는 것이다.
그 밖에 고전학파 이론은 거시경제정책에 관하여 강력한 함의를 갖는다. 즉 고전학파 이론에 따르면 자유시장경제는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하여 잘 기능하기 때문에 정부의 역할은 매우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즉 정부가 의도하거나 천명한 목표를 달성하려는 정부정책은 큰 효과를 거둘 수 없다. 따라서 고전학파 이론에 의하면 정부의 최선의 정책은 시장개입이 아니라 자유방임이다. 고전학파 경제학자들은 정부가 적극적으로 경기변동을 안정화하려고 하는 정책은 옳은 정책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케인즈학파
케인즈의 경제이론은 1930년대의 대공황을 배경으로 한다. 케인즈의 <일반이론>이 발표된 1936년은 대공황이 한창 진행되고 있던 해로, 세계 대부분의 나라들에서 전대미문의 높은 실업률이 지속되고 있었고, 자유시장경제체제의 보이지 않는 손이 더 이상 기능하지 못하는 것처럼 보였다. 따라서 상시적으로 완전고용이 달성된다고 보는 고전학파의 이론은 당시의 경제현상과는 너무나 괴리된 듯이 보였다. 새로운 거시경제이론에 대한 요구가 커지는 가운데 등장한 사람이 케인즈였다. 이러한 배경 때문에 케인즈 경제학을 공황의 경제학이라 부르기도 한다. 케인즈의 경제학은 뒤에 힉스와 핸슨 등의 재해석을 통해 많은 추종자를 얻게 되었으며, 이들을 케인즈학파라고 부르게 되었다.
케인즈학파는 고전학파 이론이 대공황을 효과적으로 설명하지 못했기 때문에 등장했다. 따라서 고전학파 이론에 대한 근본적인 수정을 담고 있다. 그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은 임금과 가격의 신축성에 관한 것이다. 앞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고전학파는 모든 시장에서 수요와 공급이 일치하지 않으면 임금과 가격이 신속하게 변화해 균형을 회복한다고 가정했다. 그러나 케인즈학파는 임금과 가격의 신축성과 즉각적인 조정 능력을 부정하고 적어도 단기적으로는 임금과 가격이 경직적이라고 가정한다. 임금과 가격이 천천히 조정되면 시장은 상당 기간 동안 균형 밖에 머물 수 있다. 경직성의 가정 아래에서는 기업이 고용하고자 하는 노동자 수와 일하고자 하는 노동자 수가 일치하지 않은 경우에도 임금과 가격이 신속히 조정되어 새로운 균형을 빠르게 회복할 수 없기 때문에 실업이 상당 기간 지속될 수 있다.
케인즈는 <일반이론>에서 임금과 가격의 경직성 이외의 여러 가지 실업의 원인에 대해서도 논하고 있다. 그 가운데 하나가 화폐경제의 특이성이다. 화폐경제에서는 임금과 가격이 신축적이어도 완전고용이 달성되지 못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과 기대, 그리고 이들이 일으키는 정보의 문제 때문에 실업이 발생할 수 있다는 사실을 강조하고 있다. 케인즈는 미래에 대한 경제주체들의 생각이 바뀌면 경제주체들의 현재 선택에 영향을 받게 되며, 이때 현재와 미래를 연결하여 주는 변수가 화폐라고 주장했다.
케인즈는 화폐경제에서는 대공황 같은 불균형에 처하게 되면 경제주체들의 의식이 비관적으로 되어 경제가 생산해낼 수 있는 완전고용수준의 산출량을 모두 구매할 수 없을 것으로 예상하는 일이 생길 수도 있다고 본다. 경제주체들이 비관적인 기대 아래 선택을 하는 경우에는 임금과 가격이 아무리 신축적이라고 해도 완전고용을 달성할 수 없게 된다는 것이다. 이렇게 케인즈의 화폐이론은 완전고용수준에서의 물가에 관한 이론인 고전학파 이론과 달리 기대이론과 결합한 산출량과 고용에 관한 이론이라고 할 수 있다.
케인즈는 1930년대와 같은 대공황과 관련해 공황에 의해 촉발된 자기파괴적인 기대를 무너뜨릴 수 있을 만큼 큰 수요의 진작이 외부로부터 주어져야만 대량실업을 완화할 수 있다고 보았다. 특히 정부 정책이 유효하다고 믿었으며 정부 정책 가운데에서도 수요를 완전고용수준까지 증대시킬 수 있는 정부지출의 증가라고 보았다. 정부 정책에 대한 적극적인 태도와 재정정책에 대한 정책제안은 고전학파의 그것과 매우 달랐다.
'경제학' 카테고리의 다른 글
거시경제학파들 (0) | 2022.08.12 |
---|---|
현대 거시경제학의 전개 (0) | 2022.08.10 |
우리나라 경제의 문제 (0) | 2022.08.08 |
금융정책의 수단에 관한 논쟁 (0) | 2022.08.06 |
안정화정책의 실효성에 관한 논쟁 (0) | 2022.08.05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