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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학

거시경제학파들

by 써뉘맘 2022. 8.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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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급중시경제학

고전학파 경제학은 1981년 미국의 40대 대통령 레이건이 취임할 즈음 공급중시경제학 또는 레이건 경제학의 형태로 변형돼 나타나기도 했다. 이 가운데 공급중시경제학은 1970년대의 유가파동에 따른 인플레이션 발생과 사회보장정책 등으로 인한 중과세에 대한 반동으로 나타났다. 공급중시경제학은 그동안 주류를 이루었던 수요중심 경제학에 반해 공급능력의 증대가 경제에서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한다. 즉 시장청산에 의해 완전고용이 일어난다고 가정하면 수요를 변화시키는 정책은 효과가 없기 때문에 공급능력을 변화시켜 완전고용수준의 산출량을 증대시키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는 것이다.

 공급중시경제학의 핵심은 한 경제의 공급능력을 증대시키는 정책에 있다. 공급능력을 증대시키기 위해서는 생산요소나 인적자본과 같은 기술 수준을 높여야 하는데, 이는 투자나 연구개발에 대한 조세감면 정책을 통해 자본과 기술 수준을 높이거나 개인소득세를 낮춰 노동 의욕을 높임으로써 가능해진다는 것이다. 따라서 공급중시경제학은 조세감면을 정책제안의 핵심으로 삼았다.

공급중시경제학은 조세감면을 해야 하는 또 다른 이유로 미국의 세율이 지나치게 높아 소득세율을 낮추면 오히려 조세수입이 증가할 것이라는 래퍼곡선을 제시했다. 즉 조세수입 T는 다음과 같이 구할 수 있다.

여기서 r는 소득세율, Y는 총소득이다. 만약 Y가 일정하다면 소득세율 r가 증가하면 조세수입도 증가한다. 그러나 r가 증가하면 노동공급이 감소하므로 Y가 감소한다. 따라서 소득세율과 소득은 반대 방향으로 움직이며, 소득세율이 증가할 때 소득의 감소폭이 소득세율의 증가폭보다 작으면 조세수입이 증가하고 반대의 경우에는 감소한다.

 소득세율이 증가할 때 조세수입이 감소하는 현상은 소득세율이 지나치게 높을 때 나타난다. 예를 들어 소득세율이 1인 경우는 모든 소득을 조세로 징수하는 경우인데, 이 경우에는 그 누구도 일을 하려고 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소득이 0이 되고 조세수입도 0이 된다. 따라서 세율과 조세수입의 관계를 그림과 같이 위로 볼록한 모양으로 나타낼 수 있다. 이를 래퍼 곡선이라고 부른다.

그림에서 소득세율이 점 A에서와 같이 낮은 경우에는 소득세율을 증가시키면 조세수입이 증가한다. 그러나 조세수입이 극대화되는 소득세율 r보다 높은 소득세율의 점 C에서는 소득세율이 증가할 때 조세수입이 오히려 감소한다. 공급중시경제학은 1980년대 초 미국이 점 C와 같은 위치에 있기 때문에 소득세율을 낮춰 조세수입을 증대시킬 수 있다고 주장했다.

당시 미국 대통령 레이건은 이와 같은 공급중시경제학의 정책제안을 받아들여 대폭적인 소득세율 인하를 실시했지만, 미국의 재정적자가 크게 증가했다. 즉 1980년대 초 미국은 그림에서 점 C의 위치에 있었던 것이 아니라 점 A의 위치에 있었던 것이다. 레이건의 감세정책으로 인한 재정적자와 정부부채 증가는 결과적으로 공급중시경제학의 신뢰도를 떨어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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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물경기변동이론

공급을 중시하는 경기변동이론인 실물경기변동이론도 고전학파와 경제학의 또 다른 전개로 볼 수 있다. 실물경기변동이론은 1980년대 초 키들랜드, 프레스콧, 롱, 플라서에 의해 주창됐다. 실물경기변동의 특성은 7장의 부록에서 살펴본 바와 같다. 실물경기변동이론은 모형 설정부터 검정에 이르기까지 그 이전의 경기변동이론과 크게 달랐고, 이론적인 일관성과 모형의 적합성을 판단하는 새로운 방법 등이 매우 신선한 것으로 평가됐다. 현재 실물경기변동이론의 연구방법은 대부분의 거시경제 연구에서 활용되고 있으며, 실물경기변동이론이 등장했을 때 격렬하게 전개되었던 방법론에 관한 시비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실물경기변동이론은 1980년대 이후 현재까지 여러 현실적인 가정들을 도입하면서 확장됐으며, 거시경제학의 패러다임 가운데 하나로 확고하게 자리 잡고 있다.

새케인즈학파

고전학파 경제학의 현대적인 전개에 대하여 철학적, 현실적으로 수긍하지 못하는 많은 거시경제학자들이 있다. 이들은 경기변동을 외부 충격에 반응하는 시장청산모형으로 설명하는 것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주장을 펼친다. 만약 경기변동이 완전고용수준의 고용과 산출량이 외부의 충격에 반응하는 결과라면(1930년대의 대공황도 설명할 수 있어야 하지만) 생산요소의 생산성이 대공황을 일으킬 만큼 크게 감소하는 일은 상상할 수 없기 때문에 상식적으로 실물경기변동이론을 이용하여 대공황을 설명할 수 없고, 현실적으로 관찰되는 임금과 가격의 경직성도 시장청산 가정의 오류를 증명하는 현상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철학적 혹은 현실적인 입장을 취하는 학자들은 주로 케인즈학파 이론을 현대적으로 전개한 새케인즈학파 학자들이다. 새케인즈학파는 합리적 기대를 앞세운 새고전학파에 대응해 1970년대 중반 이후부터 등장했다. 이들의 연구는 주로 두 가지 방향으로 이루어졌다.

첫째, 합리적 기대 가설이 특정 학파만 사용할 수 있는 개념이 아니라는 점에 주목해, 이를 케인즈학파의 임금이나 가격경직성이 존재하는 모형과 결합시켰고 그 결과로 새고전학파와 전혀 다른 결론을 얻었다.

둘째, 임금과 가격 경직성의 이론적인 기초가 약하다는 비판에 대응하기 위해 경직성의 미시경제적 기초에 관한 연구를 진행했다.

1970년대 후반부터 1980년대 초반까지 새케인즈학파의 연구는 피셔, 그레이, 테일러 등에 의해 주도됐다. 이들은 주로 합리적 기대를 케인즈학파 모형에 도입해 새고전학파의 이론적인 결과들이 합리적 기대보다는 시장청산의 가정 때문에 나타남을 보였다. 특히 피셔는 합리적 기대를 노동자와 고용주 사이의 계약에 따라 경직적으로 설정되는 임금이 존재하는 모형에 도입하면 경제주체들에게 이미 알려져 있는 경제정책도 효과가 있음을 보였다. 경제정책의 효과를 부정하는 새고전학파의 주장과 달리 합리적 기대 아래에서도 임금이 경직적이면 경제정책을 통해 소득 변동을 안정화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또한 그레이는 물가에 연동돼 있는 경우의 최적적인 임금계약에 관해 연구했다. 테일러는 한 경제에서 서로 다른 기간에 가격을 설정하는 공급자들이 존재할 때 경기변동이 어떻게 나타나는지를 연구했다.

1980년대는 새케인즈학파가 꽃을 피우기 시작한 시기이다. 이 시기에 새케인즈학파는 임금이나 가격의 경직성에 대한 미시경제학적 기초를 마련했다. 새케인즈학파의 미시경제학적 연구는 여러 방향으로 전개됐다. 먼저 새케인즈학파는 가격 조정에 비용이 소요되기 때문에 이 변수들이 경직적인 것으로 되는 경우를 모형을 통해 설명했다. 이 비용을 메뉴비용이라고 부른다. 가격의 조정에 비용이 소요되는 이유는 자명하다. 즉 음식점에서 음식 가격을 바꾸려면 메뉴판도 바꾸어야 하듯이 백화점에서도 상품에 붙은 가격표를 바꾸고 카탈로그도 다시 제작해야 한다. 이렇게 메뉴를 바꾸거나 카탈로그를 다시 제작하는 데 소용되는 비용이 메뉴비용이다.

새케인즈학파는 임금경직성의 다른 이유로 효율임금이론을 주장한다. 이는 노동자들의 생산성이 그들이 받는 임금과 관계가 있다는 이론이다. 즉 임금이 상승하면 생산성이 증가하지만, 반대로 임금이 하락하면 생산성도 하락한다는 것이다. 이 경우에는 생산자들이 임금을 시장청산 수준보다 높게 유지할 이유가 존재하며, 임금이 높게 설정되면 결국 실업이 나타나게 된다. 4장 부록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효율임금이론은 임금이 상승할 때 노동자들의 생산성이 증가하는 이유를 다양하게 제시하고 있다.

 새케인즈학파의 불황과 공황에 대한 다른 설명으로는 조정의 실패를 들 수 있다. 조정의 실패는 임금이나 가격을 설정할 때 일어난다. 즉 기업이 자신이 만든 제품의 가격을 설정할 때 경쟁관계에 있는 기업이 설정할 가격을 예측해야 한다. 만약 경쟁기업이 자신보다 지나치게 높은 가격을 설정한다면 많은 제품을 판매할 수 있기 때문에 큰 이윤을 얻게 되지만, 반대로 자신이 경쟁기업보다 지나치게 높은 가격을 설정한다면 손해를 본다. 이 경우에 가장 좋은 것은 두 기업이 협의하여 가격을 조정해 두 기업 모두 이윤을 극대화하는 것이다. 그러나 담합은 법적으로 금지되어 있으며, 같은 산업에 기업이 많은 경우에는 불가능할 수도 있다. 이때 기업들의 경쟁기업에 대한 기대에 따라 두 기업 모두 손해를 보는 결과가 초래될 수 있는데, 이를 조정의 실패라고 부른다. 새케인즈학파는 실업과 불황도 조정의 실패 때문에 나타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고전학파와 케인즈학파의 경제이론은 1970년대 이후 정교한 미시적인 기초를 마련했을 뿐만 아니라 연구주제의 폭도 크게 확대시켰다. 그리고 앞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고전학파의 맥을 이은 학자들은 경기변동과 실업에 관한 이론을 개선했고, 케인즈학파의 맥을 이은 학자들은 임금과 물가의 경직성에 관한 이론적인 기초를 마련함으로써 스테그플레이션을 설명할 수 있게 되었다. 두 학파는 아직도 대립하고 있지만 오늘날 이들의 이론은 서로 많은 부분에서 수렴했으며 양 진영 모두 훌륭한 연구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그리고 상호 논쟁과 의견 교환을 통해 상대방의 이론적 발전에 긍정적인 기여를 하고 있다.

금융위기와 현대 거시경제학에 대한 도전

위에서 논의하였듯이 고전학파와 케인즈학파의 경제이론이 진일보한 발전을 이루면서 거시경제의 움직임을 실증적으로 보다 잘 설명할 수 있다는 믿음이 고조되었다. 이는 smet and wouters(2007)의 연구에서 나타나듯이, 합리적 기대가설의 핵심인 베이지안 통계기법을 활용한 동태 확률적 일반균형모형을 세우고, 여기에 현실 경제에서 나타나는 경직성 및 시장의 불완전성 등을 최대한 반영하여 현실 거시경제를 근사시키는 데 성공하였다는 자신감을 갖게 된 것이다. 그러나 2008년 금융위기를 통해 분출되었듯이, 금융부문에서 드러난 우연이 아닌 체계적 실패, 거시경제의 심각한 불황과 쉽사리 장기균형으로 회복하지 못하는 문제 등 고전학파와 케인즈학파를 망라하여 기존 거시경제모형에서 해결할 수 없는 난제들에 직면하게 되었다. 대공황기에 비해 거시경제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 정책대응 면에서는 개선된 것이 사실이나, 금융부문을 거시경제모형 내에 어떻게 도입해야 하는지, 금융정책과 재정정책을 어떠한 방식으로 연계해야 하는지, 표면적으로 물가안정으로 국한된 금융정책의 목표를 어디까지 확장해야 하는지 그리고 신용, 유동성에 관한 이론을 기존 거시경제모형으로 끌어들이는 작업 등과 관련하여 많은 난관과 숙제가 기다리고 있다. 후학들의 많은 기여가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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